“주부도 똑같아요.”
아래아랫집 사는 여자
몇 달 전 리모델링한 우리 집을 구경하고 싶다 하기에 초대한 적이 있다
그러고는 오늘 퇴근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냥 인사만 하면 됐지
어디 갔다 오는 길이시냐
장 보고 오시냐 하기에
요새 회사 다녀서요 했더니
아 배고프시겠다
이제 저녁 차려 먹고 하려면
주부도 똑같아요 하며
얼굴을 들이밀며 눈을 가늘게 뜨고 도리질을 한다
그래 처음 만났을 때는
내가 집에서 놀고 있다 했지
안 그래도 요새 회사 다닌다는 말을 하기 꺼려졌다
말을 골라 내보낸 것이었다
장 보고 오시냐며 여러 번 묻는 말에서
그래 너도 일 안 하고 집에 있지 나처럼
그러니까 이 시간에 어디 다녀오는 건
분명 장 보러 갔다오는 걸 테고 그치?
묻는 것 같았다
나는 굳이 내 생활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는데
눈빛이 집요하게 확답을 원하고 있더라
왜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