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를 보다
아기가 내 목을 끌어 안고 잔다
잠을 방해하지 않으려
조용히 말하고 살살 움직이는 동안
내가 어른이라는 착각을 했다
그저 더 살았고, 더 눈치보고, 덜 자유로울 뿐인데
스르르 몸이 미끄러지자
내 어깨를 붙잡고 올라온다
앙증맞고 단호한 동작이었다
나는 엉덩이를 받쳐주면서
앞으로 이 아기가 살아갈 수십 년의 세월이
나를 끌어안고 있다고 느꼈다
그 순간 손을 떼어내고
멀리 떨어지고 싶었다
내 삶에 칭얼거리며 올라타고는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쉬이— 쉬이— 목을 덥히고 있는 이 생명이
미웠다
조금 있다 눈을 뜨고 내려와
빙 둘러 보더니 웃는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다 신기하고
어떤 건 재미있나 보다
나는 다만 그 아기가 신기하고 재미있다
같은 방향을
서로 다른 걸 보고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