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문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병원 입구 회전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온다고 할 때부터 그 앞에 서 있었을 터였다. 엄마를 보면 혹시 울까 싶어 미리 울어둘 생각도 했었지만 막상 보니 마음이 개운했다. 오는 길이 멀었다고 배고프다고 공연히 응석도 부렸다. 엄마는 며칠 사이 살이 빠졌다. 병원복 안의 몸이 질병의 것이 되어 있을 것 같아 감히 들춰보지 못했다. 겁이 났다. 아직 내가 아는 엄마의 모습만 보고 싶었다. 엄마와 마주 앉아 혼자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그 사이 엄마는 이모에게서 아빠에게서 친구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도 그저그런 지인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아주 신났네. 상황을 솔직하게 조금 꼬집어 버리는 것이 내 말버릇이다. 아빠가 뭐래? 김 어딨냐구. 곧바로 웃음이 터진다. 나도 웃었다. 엄마의 터지는 웃음 뒤로 숨고 싶었다.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엄마 옆에 앉아 손을 잡았다. 자꾸 팔목에 꽂아 놓은 링거 바늘을 건드렸기에 움찔했다. 수술하는 데가 어디라구? 배를 만졌다. 여기야 여기. 여기를 죽 찢어서 하겠지. 문질렀다. 사람 다 혼자 와서 혼자 가는 거야. 받아들여야지. 엄마는 어디쯤 있었다. 나는 거기서 조금 떨어져있었다. 그 사이로 통하는 공기 덕에 나는 개운했다. 울지 않을 수 있었다. 엄마와 회전문 앞에서 친구와 헤어질 때처럼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잘 들어가. 횡단보도 앞까지 배웅하지 않았다. 각자가 가야할 곳으로 갔다. 구홍이에게 전활 걸었다.

2024년 2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