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홍에게
어젯밤 걷다가 나온 말. 어쩌면 글자로만 있다 없어질 것. 너에게는 어둠이고. 나에게는 그저 사랑일 뿐인 것이 마음과 말의 차이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속에서 버티다 사라지겠구나. 다시는 볼 수 없어 나는 오래도록 빈 몸을 휘젓겠구나. 걷는 내내 무거워진 입 밖으로 아무 말도 새어나갈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나를 돌아보기도 했다. 부정하려 해도 나는 혼자 살아갈 만큼 강하고 주도적인 사람은 못 되었다. 그 자리에 사랑이라 대치된 아이를 데려다 두려는 것 아니냐는 말에 나는 더욱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없는 아이가 어딘가에서 울어 달랬다. 이런저런 말을 지어봐도 그럴듯한 문장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아이는 너뿐 아니라 나에게조차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일 수 있었다.
‘그런데도’ 뒤에 만들어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찾았다. ‘그러니까’가 나을 것 같았다. 우리는 이 두 접속사 뒤에 만들어져 살아왔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러니까 무엇이 되었든 하게 될 것이다.
많은 말을 훑고 지나와도 고맙다는 말 밖에는 남지 않는다. 사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