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가발

지하철 전동차에 들어서자마자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노년의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곧바로 그의 머리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필요 이상으로 단정한 모양으로 굳어 있는 것이나 본래 머리칼과의 미묘한 이질감을 보아 필시 부분 가발일 것이다. 문 앞에 서서 창에 비친 내 얼굴을 봤다.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미소 짓고 있었다.

새벽에 잠을 깨고 침입한 녀석을 쫓아 내기 위해 새로운 주문을 만들었다. 내가 뱉어도 도로 내가 담아야 할 것이니 좋은 말을 하자. 주희 사랑합니다 구홍 사랑합니다 엄마 사랑합니다 아빠 사랑합니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눈을 뜨니 빛이 들어와 있었다.

2023년 5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