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살아요
거기는 여럿이 살아요?
저희요?
출근길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옆집에 사는 노부부를 만났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나 보다 싶었다. 일단 둘이 산다고 하고, 의아해하면 고양이가 있다고 할 참이었다.
아, 저희 둘이 살아요.
그래요? 저번에 보니까 누구 다른 사람이 나오더라고. 키 작고 얼굴 넓적하고… 그래서 나는 여럿이 사나 했지.
아, 아니에요.
뜻밖에도 고양이가 있다고 할 흐름이 아니었다.
친구가 가끔 왔었다고 말하려다가 그냥 둘이 산다고 얼버무렸는데 분위기는 어쩐지 사랑과 전쟁으로 와 있었다.
옆에 서 계시던 할아버지가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듯 멋쩍게 할머니를 나무랐다.
아냐, 여기 신랑이랑 둘이 사는 거야.
여기 할머니가 그때 한 번 본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말한 거예요.
변호도 하셨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우리는 상냥한 이웃처럼, 그렇지만 어떤 부도덕적인 일을 알게 되기라도 한 듯 살짝 붉은 얼굴로 인사를 나눴다.
얼굴을 더 마주하지 않으려고 서둘러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머릿속은 사랑과 전쟁의 다음 컷,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게 된 아내의 복잡한 마음처럼 움직였다. 키 작고 얼굴 넓적한 사람…
여자인가.
나 몰래 누구를…
그동안 다른 사람의 흔적은 없었는데…
키 작고… 얼굴 넓적…
나에게 다른 삶이 펼쳐지는 걸까…
그러고 보니 옆집에 사는 그 노부부의 얼굴을 오늘에서야 제대로 봤다. 나도 그분들에게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부정하고 싶지만, 키 작고 얼굴 넓적한 사람이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페달을 더 힘껏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