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발가락
굽이 높은 샌들. 고무 재질의 스트랩. 그 바깥으로 맨발이 드러난다. 피부는 조금 까무잡잡하다. 발등에 살이 통통하게 올라있다. 몸이 마른 것에 비하면 의아할 정도다. 발가락을 보면 그 의아함은 더욱 커진다. 샌들의 뚫린 앞축으로 발가락의 일부만 드러났지만 짧고 통통한 강낭콩 같다는 것은 분명하게 엿볼 수 있다. 발톱도 그 크기에 비례하여 짧고 납작하다. 이런 발이라면 얼굴 역시 살집이 올라 볼살이 콧볼에 닿을 정도여야 조화로울 터. 고개를 들면 턱이 뾰족한 계란형 얼굴에 가녀린 체구가 서 있으니 어찌된 영문일까. 발만 보자면 맨발로 땡볕 아래서 노상 뛰놀며 앙큼한 장난만 쳐대는 개구장이 같지만 대개는 수줍은 얼굴을 하고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살며시 다닌다. 발을 샌들에 감출듯 드러내고서. 마치 발가락으로 메롱이라도 하듯 사람들을 속이며, 놀리며 걷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