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눈 밴드
일찍 일어나 점심으로 먹을 도시락을 준비했다. 달걀 두 개를 풀고, 부추를 잘라 넣었다. 조금 남아 있는 애호박도 잘라 넣을 요량으로 칼을 들었다. 며칠 전 엄마가 가져오신 새 칼이다. 애호박을 왼손에 들고 칼로 얇게 썰었다. 칼이 왼손 엄지에 닿는 순간 피가 났다. 아! 피가 떨어지는 부위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싱크 볼에 대고 엉엉 우는 소리만 했다. 엄마, 칼이 너무 잘 들어… 왜 이런 걸 줘… 구홍이가 자다 말고 나왔다. 흐르는 물에 씻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밴드를 가져다준다고 했다. 타이레놀을 가지고 나왔다. 왜 이걸 가져왔냐니까, 안경을 안 써서 안 보여서 그랬다고 한다. 우는 소리와 웃는 소리가 엉겨 나왔다. 다시 가지러 가더니 이번에는 티눈 밴드를 가지고 나왔다. 즐거웠다. 너는 제대로 하는 게 뭐야, 도움이 안 돼. 실실 웃었다. 아픔이 아픔으로만 다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