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빵을 굽다
책을 읽다가도 식빵을 굽고
오줌을 누다가도 식빵을 구웠습니다
아침을 먹으면서 오후를 굽고
고양이를 만지다가 손등을 구웠습니다
식빵 두 개를 나란히 토스터기 위에 올려놓으면 그게 그렇게 든든하더라
띵 하는 완료음이 울렸을 때 태연한 척 하는 건 얼마나 어른스러운 일인가요
뚜껑을 열면 구워졌다는 무늬와 온도로 어쩐지
돌아가 있었습니다 오늘이면 어제로 방금이면 아까로
접시 위에 둘을 포개어 놓고
잼과 크림 치즈를 챙겨 창가에 앉으면
그제야 오늘과 방금이 와 있었습니다
손 위에 식빵 위에 크림 치즈 위에 잼 위에 입술 위에 혀 위에
한입 먹고 나면 반원 모양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다음은 어디를 먹어야 입가에 묻히지 않을까요
입 모양이 반원이 아니라 네모였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