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이야기 2
만약 이 아이가 사라져야 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래도 살아는지겠지만
2024-11-12
내가 행복한 게 자기가 행복한 거라고 말했던 구홍이에게 어째야 할지
슬픔이 벌써 와 있다
2024-11-13
신촌 세브란스 초음파 검사 결과
복수가 차 있는 것뿐 아니라
왼쪽 횡경막이 자라지 않아 장기들이 위쪽으로 올라가 있고
심장도 오른쪽으로 밀려 있다고 한다
장기들 때문에 폐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 뱃속에서 숨이 멎을 수도 있고
잘 버텨주어 살아 있는 아이를 출산하더라도
횡경막 복원과 복수 빼는 수술이 필요한데
미숙한 폐로 수술을 견딜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복수가 더 늘어날지는 지켜봐야 한다
2024-11-15
오래오래 헤엄쳐라 나의 물고기.
2024-11-18
아픈 아이를 배에 담고 다닌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허망하고 무겁다. 내 손이 아이에게 닿아 어루만져줄 수 있다면. 호… 호.… 아프지 말아라. 우리 서로 마주봐야지. 손도 잡아야지. 펄쩍 뛰어야지. 아픈 몸으로 여전히 꿈틀거리며 살아 있다고 두들긴다. 이 철부지야. 처연하고 즐거운 춤아.
소아외과 의사 말이 오른쪽 횡경막 탈장이라고 한다. 산부인과에서 왼쪽이라 잘못 말했던 것 같다. 왼쪽보다 오른쪽이 예후가 좋지 않다고 하는데 점점 어려운 길로 흘러간다.
임신부라고 무거운 것도 못 들게 하고 과일이 있으면 챙겨주는 회사 사람들 앞에서 고개도 못 들 만큼 미안하고 고맙다. 미안한 마음은 들 필요가 없는데 내가 무슨 잘못을 했을까. 무엇 때문에 아이가 이리 됐을까.
2024-11-18
아이가 엄청 잘 논다고 했다. 고마워. 잘 노는 건 좋은 거야.
아산병원에서 양수를 뽑아 검사 맡기고 모모 복수도 뺐다. 덜 차기를 바란다.
일주일 뒤 진오비 초음파 예약했다. 잘 놀고 있으렴.
2024-11-20
모모는 내 뱃속에 있는 아이다.
모모는 지금 배와 가슴에 물이 차 있고, 그에 앞서 오른쪽 횡경막이 온전히 자라지 못했다. 그래서 간이 폐 쪽으로 넘어갔고, 간에 눌린 폐는 아마 제대로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횡경막이 만들어지는 9주에서 10주 사이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24주 차에 초음파로 알게 됐다.
원인은 아직 모른다. 작은 점이었을 때부터 그리 계획되었을 수 있다. 아니면 그 시기에 내가 어떤 심한 스트레스를 주어서일 수도 있을까. 원인이 될 수 있을지 모를 내 행동을 돌이켜보며 자책도 하고 후회도 한다.
모모는 잘 움직이고 있다. 한쪽 폐가 간에 눌려 있고 조금씩 배에 물이 차지만 탯줄로 전달되는 산소 덕에 잘 살아 있고 잘 논다.
모모는 아무것도 모른다. 모모는 철부지다.
어느 순간은 모모를 별로 사랑하지 않았다. 물건이었다면 다른 것으로 바꾸고 싶었다. 모모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분명 모모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기 전만큼 행복하지 않다. 자주 운다. 우리가 너무 착해서. 사람들과의 대화 속 웃음에 웃음만 있지 않다. 말도 웃음도 공허하다. 모모를 안고 딛는 발걸음마다 무겁다.
모든 순간 나와 모모를 분리시킬 줄 아는 힘이 필요하다. 아픈 걸 알기 전에 느꼈던 행복을 ‘정정’하고, 지금의 행복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내가 행복하면 모모도 그럴 것이기에.
2024-11-25
신촌 세브란스 진료
양수가 많은 편이다. 아산에서 태아 복수를 뺐다고 하지만 지난 번보다 더 찼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죽는 것과 나와서 힘든 수술을 견디다 죽는 것은 슬픔의 차이가 있다.
이 아이는 수술을 받더라도 일곱 시간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산에서 권하는 태아 션트 수술은 그저 생명을 얼마간 연장하는 것뿐이다.
양수가 많아지는 건 태아가 식도에 문제가 있어 양수를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게 원인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유일 수 있지만 좋지 않은 징조다. 장기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확실하지 않다. 식도는 너무 작고 가늘어서 초음파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MRI로 확인해볼 수는 있다.
양수가 많으면 자연분만이 어렵다. 제왕절개를 해야 할 거다.
션트 등 적극적인 치료를 권하는 아산이 좋을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세브란스가 좋을지 결정이 필요하다. 구홍은 세브란스에서 보자고 한다. 아산은 집에서 거리도 멀고, 모모보다 내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세브란스 말대로 모모를 살려내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횡경막이 거의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간이 다 올라갔고, 한쪽 폐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다가 수술이 어찌 잘 되더라도 앞으로 모모의 삶에서 횡경막과 폐의 건강은 항상 주의해야 하므로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그렇다고 모모가 쉬이 가는 것도 아니다. 태동도 있고, 어쩌면 태어나서 수술도 잘 받을지 모른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잘못은 없다. 죄책감 가질 필요도 없다.
2024-11-29
모모와 자연을 따라가기로 했다. 모모가 살 수 있으면 살고, 가야 하면 보내줄 것이다. 아픔이 있다면 모두 나한테 왔으면 좋겠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바닥에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허리를 숙여 그것을 줍기가 쉽지 않다. 양말과 신발 신는 것도.
2024-12-05
웃음이 많이 줄었다. 모모가 아픈 걸 안 이후로는 마음 모아 깔깔거린 적이 별로 없다. 웃을 일이 있다고 해도 금새 기분이 식었다. 웃어야 건강해진다는데… 구홍이가 있어서 다행이다. 구홍이라면 웃을 수 있다. 조조도 있고.
발이 많이 부었다. 왼쪽이 더.
공일오비 앨범 재킷 속 남자 아이가 꼭 모모 같았다. 눈물이 났다. 웃음보단 눈물이 더 쉽다.
2024-12-10
모모가 건강하고 평범하다는 착각을 했다.
2024-12-11
모모야 편히 먼저 가. 나중에 엄마랑 만나자.
다음주 월요일 입원. 양수 빼고, 모모 복수 빼고, 모모 MRI 찍고 출산 준비, 모모 수술 준비.
12월 안에는 출산하는 게 좋겠다고 한다. 모모 몸 붓는 속도가 빠르다. 배가 더 커지면 제왕 절개도 쉽지 않고, 양수가 많아서 터지면 자궁에도 좋지 않다. 자궁을 살리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모모는 나오면 수술은 하겠지만 생존률은 30퍼센트 정도로 본다. 나를 살리자.
2024-12-13
신촌 세브란스에 입원했다. 피 검사, 소변 검사, 심전도 검사, 가슴 엑스레이, 모모 MRI 촬영을 했다. 모모가 스트레스받지는 않았을까. 모모야, 재미있는 놀이라 생각하고 즐기렴. 아무것도 알지 말고.
잠이 오지 않는다. 낯설어서인지 그다지 피곤하지 않아서인지. 내일쯤 양수를 뽑을 수도 있다. 그 후에는 퇴원해도 되려나. 다시 오더라도. 구홍이가 집에서 이것저것 챙겨다 줬다. 샴푸, 수건, 텀블러… 내일 점심쯤 다시 온다고 한다.
옆자리 산모 남편은 코를 고네. 낮에 산모가 우는 걸 보니 아이가 아프거나 조산한 모양이다. 남편은 우리가 부모 되는 준비를 하라고 아이가 시간을 주는 것 같다고 하더라. 커튼 너머로 들리는 소리를 들었다. 모모도 시간을 주는 걸까. 길고 뒤척이는 시간을. 모모야, 같이 뒤척이면서 이겨내자. 우리 그저 평범한 사람이 되자. MRI 촬영실에서 준 귀마개를 챙겨올걸 그랬다.
2024-12-16
울던 엄마는 퇴원하고 새 엄마가 왔다. 막 제왕절개를 한 모양이다. 아이에게는 문제가 없는 것 같다. 목소리가 어리고 맑다.
어제 촬영한 MRI 결과가 나와 오늘 타과 교수님들과 회의한다고 한다. 어떤 결론이 나올지 걱정이다. 회의 끝나고 교수님과 만나기로.
여기 누워 있으니 모모도 그저 나오기만 하면 되는 큰 문제 없는 아이라는 희망이 생긴다. 모모는 다르겠지. 아마 여기 흐르는 많은 눈물의 가장 꼭대기에 있겠지. 비교하면 안 되는데 그렇게 되는 환경이다.
교수님이 모모가 나와서 심폐소생술이 가능할지, 수술까지 못 갈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내일 신생아과 교수님과 면담하자고 한다. 다음 임신을 건강하게 준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한다. 양수를 빼다가 혹 터질 수 있어 빼지 않는 거라고, 산후 출혈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다음주를 출산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엄마도 내 몸만 생각하라고 하고 구홍이도 내가 더 중요하다고 하고 의사도 산모의 다음을 준비하는 게 더 우선이라고 한다.
나만이 모모의 작은 손을 잡고 있다. 갈 때는 편히 가렴. 힘들이지 말고.
희망이 복수처럼 차올랐다가 빠져나간다.
엄마와 통화. 애는 포기하고 나만 생각하라고 하신다. 뱃속에서 더 키울 생각도 말고. 다음주 출산이면 그동안 입원해 있으라고.
2024-12-17
신생아과 신정은 교수님 면담
아이가 태어나 스스로 숨을 쉬기 어렵다면 심폐소생술은 하게 되어 있다. 의무적으로. 다만 최대 20분으로 끌어볼지 무리하지 않고 10분에서 멈출지 보호자의 의사가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 호흡이 안정되어 수술까지 할 수 있다면 에크모를 달고 횡경막 수술을 해야하는데, 에크모는 인공적으로 호흡을 유지시켜주는 장치이기 때문에 무리가 되면 다른 장기에 출혈이 올 수도 있다. 여기까지 갈지도 보호자의 의사가 필요하다. 구홍은 에크모까지는 원치 않는다고 했다. 큰 방향은 산모의 건강을 우선으로 하고 아이는 순리대로 있다가 가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횡경막 탈장 범위가 넓어 인공적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앞으로 살아가는 데 폐 기능에 문제가 따를 거라 한다. 출산 후 아이 얼굴을 볼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다.
다음주 월요일로 제왕절개 수술일을 잡으셨다. 그 전에 양수와 모모 복수를 조금 뺀다고 한다. 내 지방간 수치가 높게 나와서 내일 초음파로 검사를 해보자고 한다. 이건 모모와 관계없는 내 문제.
래이가 모모 태몽을 꾼 거 같다며 메모를 보내줬다.
8.31.토: 주희와 함께 서울. 버스타고 주희 집 가려고 마치 광화문 어디에 있는 듯, 그 동네쪽 버스 타자고 하며 걷는데(다른 버스에서 내려) 하늘에서 별똥별을 보다. 순식간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나와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듯 이 별이 내가 충분히 그 떨어지는 궤적을 따라볼 수 있게, 그런 속도로 떨어진다. 뼐똥별. 꼬리처럼 사라지는 게 아니라 하나의 별이 마치 움직이듯.
모모는 별이었을지 모른다. 나는 엄마였을까.
젖이 조금 나와 속옷이 젖었다. 주고 싶은 사랑이 많은데 내 사랑이 흘러 아무거나 적신다.
2024-12-18
퇴원했다. 다음주 월요일 출산 위해 일요일 입원 예정.
집에 오니 모모의 생이 더 아쉽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사진이 찍고 싶어졌고.
인터넷에 뜨는 아기 관련 사진이 지뢰다. 피하느라 손가락 움직임이 빨라진다.
2024-12-19
다시 입원. 내일 제왕 절개 수술.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는 행복한 산모를 위한 안내문을 보고 있기 힘들다. 예외적인 사항도 적혀 있어 나도 어딘가 안전하게 소속되어 있고 싶다.
2024-12-22
수술복으로 갈아 입었다. 왼쪽 손등엔 수액 바늘을 꽂았다. 초음파를 보고 왔다. 양수는 빼지 않아도 되겠다 하셨다. 간수치는 그대로. 침대에 왼쪽으로 구부린 채 누워 있다. 구홍이는 간이 침대에 누워 자고 있다. 코 고는 소리가 듣기 편안하다. 구홍이와 더 행복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우리의 새 생명과 함께. 같이 사는 모습을 그렸다. 함께 같이 웃으며 울며. 아이가 생겼을 때 기뻤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출산을 앞두고도 설레지 못하는 엄마 아빠라 미안하다. 구홍이 얼굴을 바라보며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 모모를 그려본다. 착하게 울리는 코골이 소리가 나를 안심시킨다. 나만 생각하라고 다시 말해주는 구홍. 나는 잘할 것이다.
하반신을 마취하고 누워 어떤 과정 중에 있는지 느끼지 못하는 동안 뭔가 급히 이동된 것 같았고 모모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절개 부분 봉합 중(의사의 “꿰매 볼까요오”하는 소리로 알아차렸다) 의료진들 간의 잡담. 꽤 길게 이어졌다. 신생아과 의사가 다가와 아이는 나와서 응급 처치했고 니큐(신생아 집중 치료실)로 이동한다고 전해줬다. 살까. 눈물이 흘렀다. 누군가 눈물을 닦아줬다.
“모모 살아 있어?” 구홍이를 보자마자 물었다. “응, 살아 있어. 생각보다 호흡을 해줘서 보내기엔 아깝대.” 아깝다는 말이 뭘까. 잘 이해하지 못 했다.
모모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고 있다. 오늘밤 아니면 내일 떠날 것 같다. 갓 태어났을 때는 생각보다 제 스스로 숨을 쉬어 주어 외과 수술도 가능할 것 같다고 들었다. 그때는 아마도 살고자 하는 의지가 반짝 빛났던 것 같다고 한다. 모모야, 엄마가 수술한 자리가 아파서 모모한테 못 갔어. 오늘이나 내일 보러갈게. 천천히 숨 쉬고 있어.
모모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덤덤하다. 언제 슬픔이 몰려올지. 구홍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강하게 든다. 행복하기만 해야 하는 사람인데. 착한 얼굴만 봐도 슬프다.
밤 11시쯤 모모를 보러 갔다. 작지만 괜찮아 보였다. 아프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 그런 것 같았다.
2024-12-23
모모가 새벽에 떠났다. 구홍이는 가는 게 아니라 우리한테 오는 거라고 했다. 모모를 품에 안았다. 꼭 붙은 눈과 봉긋한 코, 다문 입술을 한참 바라봤다. 참 작고 귀여웠다. 눈도 못 뜨는구나. 시원하게 울지도 못 하는구나. 엉덩이 쪽을 받치고 있는 손이 따뜻했다. 아직 따뜻한데. 이렇게 평생도 안고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모모는 천천히 우리에게 오고 있었다. 편안해 보여서 다행이야. 조금씩 숨을 내려놓으렴. 다음에는 아프지 않게 해줄게. 영원한 나의 아기. 구홍이와 내 마음 속에 살 사람.
모모는 얼굴까지 포대기로 싸인 채 영안실로 갔다. 구홍이 안고 갔다. 지금은 안치실에 있다. 화장을 해야 한다. 구홍이는 옆에서 자고 있다. 모모와 닮았다.
구홍이가 장모님과 통화했다고 한다. 엄마가 많이 우셨다고. 엄마의 아기가 느낄 슬픔과 고통 때문일 거다. 엄마의 아기의 아기가 세상도 못 보고 숨만 쉬다 하루도 못 되어 돌아갔다. 우리에게로.
2024-12-24
구홍이가 코를 안 곤다. 불안하다. 잘 자고 있는 걸까. 코를 고는 게 아니라 그냥 숨을 쉬는 거라는 말에 나 좀 웃기지 말라며 수술 부위에 손을 대고 끅끅거렸다.
구홍이 몸을 돌리더니 다시 코를 곤다. 코 고는 소리가 꼭 프린터에서 종이 걸리는 소리 같아서 웃음이 났는데 수술 자리가 아파서 구홍이를 불렀다. 다행히 깨지 않았다.
구홍은 모모 화장하는 장소에 병원 장례부서와 동행했다. 나는 주사 바늘을 달고 있어 못 갔지만 꼭 그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볼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내 숨이 넘어갈 거 같다. 모모야. 어떤 모습으로든 건강하게. 이번 생에 다시 만나자.
다음날 아침이 되자 벌써 모모가 내 마음에서 희미해지는 것 같아 두려웠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자연스럽게 둘 것이다.
모모가 화로에 들어갔다고 한다. 유족 대표 ‘조주희’, 고인 ‘조주희 아기’. 믿어지지 않는다. 공개적으로 내 슬픔을 전시하는 것 같다. 화장장의 안내 문구가 잔인하다.
구홍이 모모는 하루 동안의 선물이라고 한다. 나에게 모모와 함께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우리 셋은 참 사랑한다.
2024-12-25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모모가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믿기지 않았다. 지난 며칠 꿈 속을 헤맨 것 같다. 눈물이 괴롭게 나와 구홍을 깨워 옆에서 울었다. 몸을 긁어내어 밀어 올리는 눈물이었다. 모모가 없어. 힘들다는 말이 여러번 나왔다.
모모 보고 싶을 때마다 보고, 울고 싶으면 운다.
조리원에 들어왔다. 잘 있다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2024-12-26
당연한 건 없다는 평범한 이유가 내 배를 가르고 찾아왔다. 없던 아이가 생겼고, 아이를 낳았는데, 다시 아이가 없다는 가정은 내 삶에 없었다. 둘째가 있으면 첫째가 있고, 첫째는 둘째보다 나이가 많다는 게 당연해선 안 된다. 모모는 잠시 내게 많은 걸 알려주고 떠났다. 세상을 달리 볼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모모야 엄마도 못 보고 간 나의 아기야.
엄마 아빠가 왔다 가셨다. 내가 모모 때문에 아프듯 두 분도 같은 마음일 거다. 따뜻하게 몸조리 잘 하라고 하셨다. 직접 달인 호박물도 가져오셨다. 모모 얘기는 하지 않으셨다.
구홍도 없고 모모도 없는 조리원에 있기 힘들다. 문 밖에서 들리는 아이 울음소리는 그 이유가 아니다. 모모가 아닌 아이에게는 큰 감정이 들지 않는다.
2024-12-28
시부모님이 왔다 가셨다. 모모를 출산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슬픔도 흩어져 구홍과 나만 있었던 일상으로 이미 와 있는 것 같다. 모모가 분명히 있었는데.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된다.
어머님이 금강경과 관세음보살, 염주를 주고 가셨다.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모를 산분장하기로 했다. 원래 태어날 예정이었던 3월에. 구홍이가 어디가 좋을지 생각해보자면서 목소리가 점점 가라앉는다. 슬픈 걸까. 구홍이가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얼마 전 함께 죽음을 바라봤구나. 우리가 만들어낸 생명의 것을 꽤 담담히. 손가락 한마디만 한 모모의 발을 쓰다듬으며 차가워 대신 시원해 하고 말했었다.
젖이 조금씩 흐른다. 별 냄새는 없고 만져보면 약간 끈적하다.
2024-12-30
집에 왔다.
모모가 저기 있다.
2025-01-01
내가 하는 일은 아침 점심 저녁 제 시간에 챙겨 먹는 것 정도다. 반찬은 미역국과 계란 후라이로 동일하다. 고위험 산모 지원금과 미숙아 의료비 지원금을 신청했다. 그러는 동안 티브이 아래 놓인 모모 유골함을 힐끗 쳐다봤다. 모모는 고요하다. 키티 크라우더의 『작은 죽음이 찾아왔어요』를 다시 읽었다. 모모를 보내준 날 알라딘에서 본 ‘새로 나온 책’이다. 모모는 작은 죽음을 따라 갔다. 들릴듯 말듯 새근거리며 세상의 빛보다 더 따사로운 곳으로 갔다. 작은 죽음과 함께 외롭지 않게.
2025-01-02
태양이 구름에 가려졌다 나왔다 한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할 때 모모와 우리를 움켜쥐었다. 모모는 전시품이 아니다. 들키고 싶지 않은 내 빈 몸. 나는 모모가 밉고 부끄럽다. 그대로 존중하고 인정하기 어렵다. 엄마에게 온 전화. 아빠가 사골국을 가지고 우리집으로 출발하셨다고. 할아버지와. 엄마는 며칠 전 등산을 하다 복숭아뼈 쪽이 골절되는 바람에 깁스를 했다. 준우는 바람을 쐰다고 중국으로 여행을 갔다고 한다. 움켜쥐었던 손에 힘을 풀었다. 내가 부끄러웠다. 나를 향한 헌신이 슬펐다. 가족이 고통이었다.
2025-01-08
래이가 계간지에 응모할 시 열 편을 보여줬다. 나는 뒤쪽에 있는 시들이 더 좋으니 앞으로 순서를 옮기는 게 어떠냐고 했다. 조조는 제 몸 누일 곳을 고민하다 소파 위로 올라갔다.
첫째
첫 얼굴 첫 자장가 첫 유족 첫 팔베개 첫 젖 누구든 무엇이든 맨 앞에 있을 내 첫
2025-01-09
모모가 남긴 미소 같은 수술 자국
오른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신 자몽 맛이 나는 배를 통통 두들긴다
울지 말아라 울지 말아
울어도 울어도 먼저 미소 지을 나보다 더 자란 아이여
2025-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