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록이

뱃 속에 사는 친구 꼬록이
이름은 몰라도 어쩐지 그렇게 이름 붙여 주었다
거긴 너무 어둡지 않니 물어도 대답없더니
점심 즈음
느닷없이 배를 툭툭 두드린다
쉿 조용히 해 여긴 사무실이야
다시 한번 툭툭투우-욱 마지막에는 소리가 아래로 떨어졌다
배를 쓰다듬으며 달래주었다
가만, 가만, 그렇지, 오늘 아침엔 무얼 했니?
말을 걸어주었다
그러자 기어가는 소리로 그응
응? 잘 안 들려
그으으응
너는 거기 혼자 사니?
그러자 힘차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우으어우우어웅-
다른 사람이 들을까봐 배를 움켜 쥐었다
컥컥컥
아, 미안해 그런데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 어떻게 해
배를 둥둥둥 토닥여주었다
그랬더니 한 발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그래 그래 거기 앉아서 쉬고 있어
슥슥스윽슥슥슥
뭔가 적는 소리가 났다 더 신경쓸 수 없어서 내버려두었다
조금 있다 툭툭
응? 뭐야? 편지 쓴 거야?
편지엔 알 수 없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강아지가 뛰놀았던 눈밭 같기도 하고
눈을 감고 그린 포도나무 같기도 했다
뭐냐고 묻지는 않았다
쉬이 쉬이 쉬이이
잠든 것 같았다
얘야, 조심해 다치지 않게
배에 손을 얹고 천천히 일어났다

2020년 12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