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거기 말이야
내가 살던 동네에서 큰 길을 건너면
대규모 공사 중이었고
높다란 차단막 옆에 술집 하나가 있었잖아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키가 큰 사람이
주방에서 고개를 숙이고 나와서 인사를 했었어
이름이 류였던가
머리는 단발쯤 되고
얼굴은 글쎄 평범했지
손님은 늘 거의 없었고
덕분에 우리만 아는 단골집에 들어서는 기분이었어
냉장고에서 맥주 두 병을 꺼내오면서 조금 으쓱했었는데
이곳의 규칙을 알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행동이었거든
냉장고 문 앞에서 맥주 뭐 마실래? 같은 말을 주고받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이었는지
계산하고 나면 조심히 들어가세요 였어 언제나
그 말이 그렇게나 따뜻하더라고
집에 돌아갈 때까지 보호받을 것 같은 말이었어
공사 중이던 곳은 공원이 되었고
사람들에게 개방되자
그곳은 얼마 안 가 문을 닫았어
몇몇 사람들이 호호 불어서 유지해온 작은 모닥불이 그만 꺼져버린 거야
그 자리에는 곧 다른 가게가 들어섰어
다른 곳에 새로 차렸다고 들은 것 같은데
어디에 있든 메우는 것이 아니라 틈으로 비워두었겠지
그러니까 거기 기억나?
아랫집에서 들려오는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있다 보니 틈이 떠오른 거야
그때 우리는 맥주 두 병 사이에 두고 서로의 팔꿈치가 닿을 만큼 가까웠잖아
얼굴도 본 적 없는 아이가 내 베개를 적시며 우는데

2018년 1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