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가슴이 크고 걸을 때마다 위아래로 흔들리며 그 모양이 실크 블라우스 위로 드러나는 여성을 따라 걸었다. 엉덩이 또한 크고 불룩했다. 청바지 속으로 블라우스 아랫자락이 들어가 있었기에 가리는 것 없이 그 크기와 모양을 온전히 관람할 수 있었다. 위치는 조금 위쪽이었는데 그만큼 상체는 짧았다. 한국인이 맞을까. 얼굴을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일부러 걸음을 재촉하진 않았다. 뒤에서 엉덩이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걷는 것도 은밀한 재미가 있었다. 나처럼 저 엉덩이를 보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주변을 돌아 보았다가 어떤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나와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휴대폰만 들고 어디서 나와 어디로 가는 걸까. 머리 숱도 많네. 앞뒤로 휘젓는 팔의 각도도 적절하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엉덩이는 점차 시야에서 멀어져 항아리 같았던 것이 호두 같아졌다. 오는 길에 계수나무 아래 떨어진 계수나무 잎을 주워 코에 댔다. 달콤 향긋한 냄새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