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는 지하보도에서 발자국 치우는 일을 했다
아침 출근 시간이 지나고 사람이 뜸해지면 보도로 나왔다
바닥에는 여러 모양 발자국이 뒹굴었다
먼저 발자국을 셌다
어제는 모두 쉰여섯 개의 발자국을 만났다
매일 보는 발자국도 있고, 처음 보는 발자국도 있었다
오늘은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모두 마흔아홉 개였다
안녕, 넌 처음보는 발자국이구나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니
발자국은 소리를 냈다
따그닥 따그닥 터벅 터벅 털썩 털썩 쿵쿵 종종종
아저씨는 그 소리를 이름으로 부르곤 했다
비칠아, 너는 어제 저녁 술을 좀 마셨나보구나
터벅아, 안색이 안 좋아 보여,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니?
살금아, 이제는 마음껏 당당하게 걸어도 돼
뒤뚱아, 조심해, 넘어질라
절뚝아, 어제보다는 많이 나아졌구나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서
집게로 집어 빈 주머니에 넣었다
주머니가 두둑해졌다
오늘은 이만하면 됐네 하고
돌아서려는데
저기 어여쁜 사람이 온다
지금까지 봤던 가장 어여쁜 발자국보다도 더 어여쁜 사람
아저씨는 서 있다가 어여쁜 사람이 남긴 발자국을 본다
발자국이 아저씨에게 온다
사뿐사뿐
아저씨는 허리를 숙여 떨리는 목소리로
안녕 사뿐아
나랑 춤추지 않을래?
아저씨는 놀란다
춤을?
사뿐이는 손을 내민다
아저씨는 사뿐이가 내민 손을 잡는다
사뿐사뿐 하다가 콩콩콩 뛴다
휘청휘청 하다가 살금살금 걷는다
깡총깡총 뛰다가 비틀비틀 비틀거린다
태어나서 처음 춰보는 춤이었다
사뿐이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러고는 사뿐 공중으로 떠올랐다
아저씨는 사뿐이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사뿐이는 양팔을 날개처럼 팔랑거렸다
사뿐이는 날아갔다
그 모습이 꼭 나비 같았다
나비였을까
아저씨는 사뿐이가 사라진 쪽을 한참 바라봤다
주머니 속 털썩이가 털썩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쿠, 너희들을 잊고 있었네
아저씨는 사뿐이 나비를 뒤로 하고
주머니에 든 발자국들을 휴지통에 쏟았다
얘들아, 또 보자!
다음날, 혹시나 사뿐이가 왔을까 하고 찾아봤지만 없었다
절뚝이가 어제보다도 훨씬 좋아진 것이 보였다
건강하렴 모두
넘어지지 말고, 천천히